‘앵무새 죽이기’의 작가 하퍼 리의 미발표 단편들이 60여 년 만에 세상에 공개되면서 문학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숙모이자 위대한 이야기꾼이었던 그녀의 초기 작품들은 우리가 알던 하퍼 리의 천재성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보여주는데요. 그녀의 가족들이 직접 전하는 생생한 이야기와 작품에 숨겨진 비밀들을 함께 살펴보세요.

위대한 이야기꾼, 하퍼 리 가족의 따뜻한 추억
“그녀는 그저 위대한 이야기꾼이었어요.” 하퍼 리의 조카 몰리 리는 숙모를 이렇게 회상합니다. 퓰리처상 수상작인 ‘앵무새 죽이기’의 엄청난 성공을 생각하면 겸손한 표현일 텐데요. 몰리는 어린 시절 숙모 넬(하퍼 리의 본명)이 들려주던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답니다. 특히 영국 작가 대프니 뒤 모리에를 좋아했던 하퍼 리는 “어둡고 폭풍우 치는 밤이었어…”로 시작하는 이야기들로 어린 몰리를 어둠 속으로 이끌었다고 해요.
또 다른 조카 에드 리 코너는 1940년대 후반의 숙모를 떠올리며 노래를 불러주던 기억을 이야기합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그녀가 평생을 아꼈던 빅토리아 시대 듀오 길버트와 설리번의 곡들이었다고 하네요. 이처럼 하퍼 리의 초기 예술적 영감은 영국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녀의 뿌리는 엄격한 인종차별이 존재했던 앨라배마 먼로빌에 깊이 박혀 있었답니다.

60년 만에 드러난 하퍼 리 미발표 단편의 발견 과정
하퍼 리가 2016년 세상을 떠난 후, 그녀의 뉴욕 아파트에서 놀라운 유물이 발견됩니다. 바로 ‘랜드 오브 스위트 포에버(The Land of Sweet Forever)’라는 제목으로 출간될 예정인 새로운 단편 소설집의 원고들이었죠. 에드 리 코너는 숙모에게 미발표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요.
이 작품들은 ‘앵무새 죽이기’가 출간되기 전 하퍼 리가 작가로서의 경력을 시작했던 시절에 쓰인 것들인데요. 앨라배마의 한 젊은 여성이 어떻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격동의 시대적 문제들을 다루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줄 타임캡슐 같은 존재입니다. 조카 몰리는 “그녀의 글쓰기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어떻게 실력을 갈고닦았는지 보는 것이 흥미롭다”며, 스스로도 그녀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앵무새 죽이기’와 닮은 초기작들 속 스카우트의 탄생
새롭게 발견된 하퍼 리의 미발표 단편들 속에는 ‘앵무새 죽이기’ 팬들에게 익숙한 요소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진 루이스 핀치 캐릭터의 초기 버전들도 보이는데요. 아직 ‘스카우트’라는 별명을 얻기 전이지만, 그녀의 통찰력 있는 모습이 엿보입니다.
스카우트의 탄생 비화: ‘더 핑크 시어즈’와 ‘더 바이노큘러스’
단편 ‘더 핑크 시어즈(The Pinking Shears)’에는 ‘진 루이’라는 활기찬 어린 소녀가 친구의 머리를 잘라주었다가 친구 아버지의 화를 사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는 당돌한 스카우트의 전조였을지도 모릅니다. 또 다른 단편 ‘더 바이노큘러스(The Binoculars)’에서는 학교에 막 입학한 아이가 이미 글을 읽을 줄 안다는 이유로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듣는데요. 이 이야기는 ‘앵무새 죽이기’ 초반에도 유사하게 등장하는 내용이랍니다.
몇몇 단편들은 ‘앵무새 죽이기’의 가상 도시 메이컴(Monroeville의 대변)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은퇴한 영문학 교수인 에드 리 코너는 이 작품들을 “견습생 이야기”라고 부르며, “그녀의 천재성이 가장 완벽하게 발현된 것은 아니지만, 그 안에 천재성이 담겨 있다”고 평했습니다. “그녀는 위대한 작가로 성장 중이었고, 이 이야기들에서 그녀의 탁월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하퍼 리 작품 세계의 진화와 사회적 메시지
미발표 단편 중 ‘더 캣츠 미아오(The Cat’s Meow)’는 현대적인 시각으로 볼 때 다소 불편할 수 있습니다. 메이컴을 배경으로 하는 이 이야기는 하퍼 리와 그녀의 언니 앨리스를 상징하는 두 자매가 언니의 흑인 정원사 아서에게 당황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북부 출신이지만 인종차별이 심한 남부에서 일하기로 결정한 아서에게, 언니는 동생에게 그가 “너만큼 교육을 받은 양키”라고 말합니다.
1957년에 쓰인 이 단편은 1964년 획기적인 민권법이 제정되기 7년 전 작품으로, 하퍼 리 자신의 민권 운동에 대한 접근 방식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야기 속 일부 언어와 때로는 화자의 태도조차 읽기에 불편한 부분이 있다고 해요. 에드 코너는 이것이 “공정한 평가”라고 말하며, 하퍼 리가 죽기 1년 전 출간된 소설 ‘파수꾼(Go Set A Watchman)’을 언급합니다. 그는 “나레이터가 아무리 자유주의적이라고 생각할지라도, 그녀는 자신의 편견에서 완전히 해방되지는 못했다”고 덧붙입니다.
논란 속 재평가: 사후 출판의 윤리적 질문과 해명
‘파수꾼’의 출간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앵무새 죽이기’의 반인종차별주의 영웅이었던 어티커스 핀치가 인종차별주의자로 묘사되었기 때문인데요. 당시 건강 문제가 심각했던 하퍼 리가 완전한 동의를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습니다. (앨라배마 주 조사 결과, 노인 학대 주장은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퍼 리가 생전에 공개하지 않기로 선택했던 이 이야기들을 사후에 출판하는 것이 그녀의 사생활 침해는 아닐까요? 에드 리 코너는 ‘랜드 오브 스위트 포에버’의 경우 “그녀가 이 모든 이야기를 출판하려 시도했다는 점에서 쉽게 판단할 수 있다”고 명확히 말합니다. 그리고 그는 ‘앵무새 죽이기’처럼 이 이야기들 역시 미국 내 현대 인종 관계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으며, “그녀가 쓴 것의 지속적인 관련성 중 하나”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퍼 리가 남긴 유산: 문학적 영향력과 깊은 울림
‘앵무새 죽이기’는 “많은 사람들이 미국 내 인종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받습니다. 백인 캐릭터, 특히 1962년 영화에서 그레고리 펙이 연기한 백인 변호사 어티커스 핀치를 중심으로 흑인 남성의 투쟁에 대한 책을 쓴 것이 후대에 ‘백인 구원주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에드 코너는 숙모가 “주로 백인 독자들을 위해 소설을 썼고, 그들이 어티커스 핀치와 같은 인물을 자신들의 삶에서 더 분명하고 인간적으로 봐야만 최대한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퍼 리는 1964년 뉴욕 라디오 방송국 WQXR과의 인터뷰에서 데뷔 소설에 대한 반응에 “순수한 무감각함”을 느꼈다고 묘사했는데요. “이 책이 처음부터 팔릴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평론가들의 손에 빠르고 자비로운 죽음을 맞기를 바랐어요. 아마도 누군가 이 책을 좋아해서 격려를 해주기를 바랐을 뿐이죠.”
어린 시절부터 이 책을 읽고 “완전히 매료되었다”는 에드처럼, 가족들 모두 그녀의 책이 이토록 경이로운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퍼 리의 유성처럼 빛나는 문학적 천재성은 시대를 초월하여 지금도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하퍼 리의 미발표 단편들은 그녀의 작품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시대의 고민을 다시금 성찰하게 하는 소중한 기회가 됩니다. 여러분은 이 새로운 작품들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느끼셨나요? 댓글로 함께 이야기 나눠봐요!
출처: https://www.bbc.com/news/articles/cevzr3n02x2o